일리아@ 2017. 4. 19. 06:11

나는 그를 견디지 못할 것이란 걸 알았다.

그는 내심 그 사실에 슬퍼하면서도, 또한 안도를 얻는 듯 했다.

불행 속에서 처절하게 고통 받는 얼굴, 그 자리에 위치한 눈은 그 순간만이 반짝이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마지못해 입꼬리를 당겨웃는 힘없는 미소. 얇은 장막 속에서 가리워진 듯한 모순 같은 진심.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존재를 뒤흔드는 환멸감과 증오감을 느끼며

나는 영감을 얻었다.


원제는 지리멸렬한.


사랑스러운 너.

끔찍할 정도로의 몰려오는 사랑스러움에 눈 앞이 아득해진다. 그렇게 사랑스럽게 웃지마. 지옥으로 떨어지는 추락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감은 눈커플 안으로 어둠 대신 빛이 쏟아져내렸다. 이미 서 있는 곳의 어둠은 잡아먹히고 있었다. 발을 딛으면 떨어질 나락. 길을 잃은 깊은 절망감에 눈을 떴다. 감았다 뜨는 눈커플 위로 그새 속눈썹이 축축히 젖어들었다.

길을 잃은 나는 언제나 너에게로 달려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게 무너진다해도.


그거 알아?

내 가장 바닥의 증오도 너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었다는 거. 저주처럼.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