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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Me All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2.

"흐물흐물해"

J가 입술을 맞대고 작게 웅얼거렸다. 입술을 떼고 K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작고 도톰한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흐물흐물해. 곧 코가 스치고 다시 입술이 스쳤다. 푸흐흐, 입술사이로 K의 가벼운 웃음이 터졌다. 귀여워. 

"예전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J의 한숨같은 웅얼거림이 K의 입술사이로 사라졌다. K가 짧게 키스했다. K가 입술에 부리쪼듯, 여러번 가볍게 입맞췄다.


3.

등과 뒷통수에 크고 따듯한 손이 닿았다. 티셔츠 안으로 침입해 맨 등에 닿아온 손바닥의 체온에 놀라기도 전에, 단단한 팔뚝이 몸을 감아왔다.

풀썩. 

그대로 J의 몸이 가볍게 뒤로 넘어갔다. 시트위에 흩어진 결 좋은 머리카락 사이로 빨개진 귀 끝과 이마가 드러났다. 뒤통수에 닿던 손이 귀 끝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마를 쓸어넘겼다. 그 손길에 J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는 건 J의 버릇이었다. K는 엄지손가락으로 J의 미간을 꾸욱 눌렀다. 그러자 힘에 저항하듯 눈썹이 찌푸려지며 미간에 주름이졌다. 잘생긴 미간. 손 끝이 덧그려보듯 미간을 지나 콧등을 스치며 코 끝, 인중, 입술선, 턱 끝까지 내려갔다. 곧 감은 눈커플 위로 큰 그림자가 지더니 눈커플에 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눈커플 위로 길게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눈을 뜨라는 낯간지러운 신호에, J가 눈을 떴다. K의 입술이 어느새 호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웃고있었다. 잘거야? K의 물음에 J가 바보같이 되물었다. 아니, 자는 거야? K는 대답없이 입술을 다시 눈커플에 부딪쳐왔다. J가 눈을 꼭 감았다 뜨자 K의 잘생긴 얼굴이 다시 가까워졌다. 다시 도톰한 눈커플 사이로 J의 눈동자가 눈동자가 가리워졌다. 얄궃게도 이번에는 눈 밑에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입술이 눈 밑을 빨다가 볼을 빨고 목을 빨고 쇄골까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으, 익숙치 않은 간질간질한 감각에 J가 목을 움츠렸다. 손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K가 단번에 티셔츠를 가슴 위까지 끌어올렸다. J의 몸이 더 빳빳히 굳었다. 큰 손이 다정하게 배를 쓰다듬었다. 성적의도가 담기지 않은 긴장을 풀어주기위한 다정한 손길이었지만 오히려 배에 닿는 뜨거운 체온은 긴장감만 가증시켜 몸을 더 굳게 만들었다. 뜨거워. 이상해. 온몸에 열이오르는 것 같아. J가 가슴 위 까지 말려 올려진 티셔츠자락을 꼬옥 붙잡았다. 티셔츠자락을 꼭 쥔 채 몸을 움츠리며 잘게 떠는 J의 모습은 꼭 구석에 몰린 토끼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럼 난 토끼 잡아먹는 늑대인가. 이렇게 말하면 J가 쫑늑대 라고 귀엽게 불러줄 것 같았다. 꼭 겁에 질린 토끼 잡아먹는 늑대가 된 기분이네. 셔츠를 쥔 손 위로 K의 단단한 손이 덮어졌다. 종현아, 너 손이 너무 뜨거워. 이상해.

K가 가슴골 사이에 입술을 묻었다.

"흐물흐물해."

J의 말에 K가 빼곰 고개를 들었다. 보이던 사과뒤통수가 사라지고 다시 잘생긴 얼굴이 나타났다. J가 홀리듯 쥐던 셔츠자락을 놓고 양 손으로 K의 얼굴을 잡아 자신의 코 끝까지 끌어올렸다. 잘생겼어, 우리 쫑.

"흐물흐물해?"

J의 얼굴이 목부터 귀까지 전부 전체가 붉게 익어있었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빨개지면 어떡해, 형.

.....부끄러워서. 

종현아, 종현아, 종현아. 안들려? 시계초침소리. 가슴 안에 다이너마이트 들어있는 것 같아. 터져버리면 어떡하지.


4.

천장이 흔들렸다. 불빛이 흔들렸다. 종현의 얼굴이 흔들린다. 흔들흔들. 세상이 흔들렸다. 울렁울렁인가. 울렁울렁, 아니야 멀미는 아닌데, 그럼 흔들흔들, 몰라, 어지러. 세상이 흔들린다. 요람 속인가, 아니 모빌은 없는데, 그럼 꿈인가, 아니 바다 위 배, 이상해. 이상한 감각이다. 이상한 감각이 몸을 지배했다. 흔들흔들, 울렁울렁, 울렁울렁해. 울렁울렁하고 세상이 흔들흔들거리고 어지럽다. 온몸이 뜨겁다. 불구덩이를 삼킨 것 같다. 이런 실없는 소리를 입 밖으로 뱉었다간 종현이 웃으면서 말할 것이다. 형의 여기가 내것을 삼켜서 그래. 지금 형 불주사 맞는 거야. 

흐물흐물하다는 말에 형의 아래도 흐물흐물해. 아까도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잘도 그런 노골적인 소리를 해대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아니야 흐물흐물은 그런 게 아닌데..

그보다도 늑대를 삼킨 토끼라니. 불주사라니. 진기는 흔들리는 시야에 어지럼증을 느끼면서도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정신을 다 잡았다. 소리를 내다간 머릿속의 생각을 그대로 내뱉을 것 같았다. 종현이 의도를 알아챈것인지 아까보다도 거칠게 들어왔다가 느리고 천천히 빠져나갔다. 근육의 빠르게 수축 이완되면서 더 노골적으로 종현의 물건이 느껴졌다. 아릿하고 얼얼한 감각에 발 끝이 오그라들었다. 확실히 이상한 감각이었다. 정말 불구덩이를 삼킨 걸까. 아무래도 불구덩이를 삼킨 게 분명하다. 목구멍 안쪽이 뜨거워서 숨이 막혔다. 뱉는 숨이 뜨거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흐,으으…"

이상해. 터질 것 같고 뜨겁고. 흔들흔들. 울렁울렁해. 이상해. 이상해..  

"흐,으으,흐으윽"

끅,끅 거리는 이상한 신음에 종현이 움직임을 멈췄다. 표정을 살피면서 꽤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 것과 달리, 진기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새빨간 채로 울 것 처럼 일그리다가도 참는 것 같은, 뒤죽박죽 이상한 얼굴이었다. 순간 이성을 잃고 자신의 배려 없는 행동으로 진기를 상처 입혔다는 생각으로 종현은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걸 느꼈다. 처음이라 부드럽게 대해줬어야했는데. 

"아파? 아팠어?"

종현의 양 손이 진기의 양 볼을 깨질새라, 부드럽게 쥐어왔다. 미안, 미안해. 발개진 눈가가 물기에 젖어있다.

"흐,으윽,흑,"

"미안. 혀엉.. 많이 아팠어?"

"흐으윽, 무,으,으래"

"?"

"흐,무으래해."

찡그리다가 웃는 이상한 얼굴이었다.

"흐물흐물해."

웃더니 또 울먹거린다. 울먹울먹. 목소리가 떨렸다. 

종현아, 이상해. 이상해. 

세상이 흐물흐물해. 마음도 흐물흐물하고, 몸도 흐물흐물하고, 종현이 얼굴도 흐물흐물해, 흐물흐물해. 이상해. 다 흐물흐물해.

흐물흐물해서 이상한가. 이상해.. 마음이 흐물흐물해. 녹아서 흐물흐물 젤리될 것 같아...

울먹울먹, 오물오물. 종현은 진기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모양새도 모양새지만 어떻게 이렇게... 말들이 때린다는 기분이 이런걸까.

쾅하고, 갑작스럽게 거칠게 파고든 종현에 진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파!

미안 형. 순간 방금 너무 위험해져서.. 나도 모르게.. 미안해.

종현은 눈커플에 입을 맞추고 조용히 이마를 마주했다. 진기의 흐트러진 호흡이 코 끝에 닿았다. 종현이 진정이 되지 않는 듯 크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진기의 가슴에 쓸어내렸다. 손바닥 아래로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벅차다. 기쁘다. 아니야 좀더...좀 더 다른 표현이. 아, 흐물흐물한가. 이런게 흐물흐물하다는 걸까. 형이 말하는 흐물흐물은 이런 걸까.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을까. 흐물흐물은 기분이 좋다는 표현이었구나. 내 아래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사랑스러운 표현으로 기분 좋다고 말하고 있구나. 벅차고, 기쁘고, 간질간질 거리고. 아, 완벽하게 나를 허물어버리는 사랑스러운 사람. 형의 언어에는 힘이 있는 게 분명해. 날 함락시킨다. 엉뚱한 말들은 많은 것들이 담겨있어서 그런거였구나.

"혀엉, 진기혀엉. 나도 흐물흐물 해질 것 같아."

형때문에. 종현이 미소지었다. 

    


이게 뭐라고 나는 쓰는 게 힘들었는가..

아방수를 좋아해서 쓴 건데 오 드디어 찾아낸 내 취향

야한 거 아니라서 필터링 안 함 몰라 힘들어 일단 자고...

여튼 마음 맞고 몸 맞대고 진1기1어 1급 터득한 쫑...이라는 내용

근데 다시읽는데 유치해ㅐㅐㅐㅐㅐ애ㅐㅐㅐ해ㅐㅐㅐㅐ애ㅐㅐㅐㅐㅐㅐㅐ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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