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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Me All

싸구려 연꽃

허물어저가는 판자촌. 언덕처럼 높은 가파른 계단 위 무리들.

 

아 씨팔 다리 빠질 것 같아. 왜 여길 오자고 지랄

여기까지는 안 올 거 아니야 씨팔 요즘 단속 심한 거 모르냐

미친새끼가 담배 하나 피자고 이 높은 곳 까지 올라오냐? 존나 힘들어 

웃고 떠드는 무리들 어둡고 무표정한 종현

저 새끼 표정이 왜 저렇게 어두워. 말을 꺼내면서 종현의 눈치를 살핌. 동시에 무리 속 여자남자애들이 종현에게로 시선을 집중되다가 곧 흩어짐. 


힘든가보지. 야 빨리 꺼내봐. 기껏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피기전에 힘들어 뒈질 것 같아

하여튼 이 새끼 완전 골초새끼야


계단 아래를 오르는 동그란 정수리가 보였다. 동그란 정수리를 보며 종현은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은, 꼭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때 어김없이 나타나고 했다. 재수없는 새끼. 종현이 낮게 읊조렸다. 밀면 휘청거리며 힘없이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은 높은 계단을 잘도 오르고 있었다.


야 쟤 이진기 아니냐.

누군데

8반 부반장

아 걔


공부를 잘해서 유명한 진기. 김종현은 또 낮게 지독한 새끼라고 낮게 욕을 읊조림.

이진기가 거의 꼭대기 계단에 다다르자 무리들이 우르르 이진기한테 가서 인사를 하며 알은 체를 함. 너 8반 부반장 이진기지. 안녕 진기야. 왜 인사 안 하고 그냥 가? 우리 같은 학년 친군데. 근데 진기야 너 돈 있니 이런식으로. 낄낄거리면서 시비를 검. 근데 사실 삥 뜯을 생각은 없었음. 그냥 공부 잘하는 이진기를 놀려줄 심보였음. 징기가 계속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드는데 말없이 방관하던 김종현과 눈이 마주침.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종현을 쳐다봄. 종현이 고개를 돌려버림. 저 눈. 자신을 올곧게 쳐다보는 눈. 기분 나쁘고 짜증나는 눈. 

이진기가 당황하지도, 말 하지도 않는 등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자 시시해졌는지 무리들이 흝어졌다. 시시해진 무리들은 그냥 물러남. 이진기가 아무일도 없다는듯이 무리들을 지나쳐가려는데 김종현이 갑자기 야 이진기. 불러세워진 이름에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종현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나 5만원만"


김종현 앞에서 멈춰선 이진기가 가방을 뒤져서 지갑을 꺼내더니 그대로 만원짜리 지폐 다섯장을 꺼내서 김종현 앞에 내밈. 김종현이 받아들자 표정없이 가방을 다시 챙기고 사라짐. 이진기가 시야 속 사라지자 무리들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장난이었는데 이 새끼가 진짜 돈을 뜯어버렸네. 김종현 이 새끼도 가만 보면 존나 행동파야. 넌 돈도 많은 새끼가 어린애처럼 유치하게 돈을 뜯고 그러냐."


"야 쟤는 병신도 아니고 너가 달란다고 돈을 주냐. 이진기가 무슨 니 지갑도 아니고."

"어 맞아. 이진기 내 지갑이야."

"뭐?"

"이진기 내 지갑이라고."


종현의 무뚝뚝한 대답에 실없이 웃음을 터트리던 무리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5만원이 교복주머니에 거칠게 집어넣어졌다.

사실 아는 척 할 생각은 없었음. 그건 자신과 이진기사이의 암묵적인 룰과 같은 거였음. 

늘 그렇듯 기분 나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음. 그 눈을 마주치기 전 까진. 올곧은 눈.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그 올곧은 눈.

무리들 대화 속에서 이진기의 이름이 들려옴. 


"근데 쟤 왜 여길 지나가지? 여기 사람 지나다니는 곳이 아닌데 내가 걸리지 않는 장소 찾느라 고생해서 찾은 게 여기인데."

"여기 주변라도 사나보지."    

"이 근방에 주택가 없어." 

"아 그럼 어디 가는 길인가보지. 뭘 또 궁금해하냐"


이진기 여기 주변에서 자주 봤어

헐 뭐야 그럼 진짜 여기 사나? 근데 여기 지나가도 주택가 전혀 없고 언덕 지나가면 나오는 거 판자촌뿐인데 왜 그 몸파는 여자들이 산다는 동네.  

야 설마 이진기가 그 동네에 살겠냐. 말끔하고 다니는 꼴을 봐라. 존나 고생안해본 샌님같이 생겼잖아. 샌님같이 생긴 게 존나 온화한 화실안에서 자란 화초같구만. 아까 걔 돈 건네주는 손 봤냐. 존나 고생 한번 안 해본 손 같이 하얗던데 미친새끼들 그렇게 보는 눈들이 없냐

그런가 

낄낄 거리는 아이들. 교복주머니 속 5만원. 고생 한번 안 해본 손. 더운 여름 높은 계단을 오르면서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은 얼굴. 그 여자가 다리 밑으로 번 5만원. 병신 새끼들. 정말 병신 새끼들.

교복 주머니속으로 밀어넣은 지폐가 다시 한번 종현의 손 안에서 꾸깃하게 구겨졌다.

다시, 우리집 꼰대가 말이야 하면서 시작되는 시시껄렁한 불만들, 가벼운 이야기들.

매캐하게 퍼지는 담배연기 속에서 종현은 지독한 환멸을 느꼈다.

가난. 이진기. 이진기가 사는 판자촌. 포주. 붉은 밤. 더러운 돈.


-

아버지는 포주였다. 몸 파는 여자들로 장사하는 포주. 아마 나의 어머니도 몸을 파는 여자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여자들 중 수입이 낮은 여자들과 가끔 몸을 섞었고 나를 낳아준 생물학적 어머니는 아마 그 여자들 중 하나였을것이다. 몸이 곧 돈인 여자에게 생명은 독과 같은 거여서 나는 낳자마자 방치되어졌다. 버러진거나 다름 없었다. 젖 한번 물리지 않은 아이를 방치할 만큼 어머니란 여자는 돈이 더 소중했다. 숨이 꺼져가는 나를 거둔건, 아버지에게 남아있던 일말의 양심 같은 거였다. 그리고 나는 다시 방치되어졌다. 

12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여자를 데려왔다. 앞으로 같이 살게 될 식구라고 말했다. 이제라도 엄마노릇를 위해 데려온 여자가 아니였다. 아버지는 포주였다. 여자는 몸을 파는 여자였다. 아버지의 돈줄이었다. 

손톱에 칠한 메니큐어 만큼이나 붉은 립을 칠한 여자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억지로 당겨 웃는 붉은 입술이 마치 학교에 괴담으로 떠도는 빨간입귀신이라고 느껴질만큼 기괴했다. 여자 옆에는 작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나보다는 약간 키가 컸지만 몸은 앙상하게 말랐고 팔과 쇄골 그리고 얼굴에는 덕지덕지 멍이 들어있었다. 멍이 덜 빠진 푸르스름한 얼굴을 하고 그 남자애가 나에게 해사하게 웃었던가. 나는 단번에 그 아이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눈을 보는 순간 동질감과 동시에 증오를 느꼈다. 그게 이진기와의 첫만남이었다. 


아버지는 여자가 돈을 벌어오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했다. 

여자가 돈을 벌지 않을 땐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귀를 찢었고 그 비명소리는 이내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로 변하곤 했다. 여자는 물리적 폭력을 자신의 아들인 이진기에게 그대로 돌려줬다. 이진기는 여태 여자의 히스테릭을 감당하며 그렇게 온몸에 멍을 달고 자라왔다.

나는 나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돈을 요구하듯 자연스레 이진기에게 돈을 요구했다.

처음엔 그저 변덕이었는데 이진기는 그 변덕스러운 요구에도 내게 돈을 쥐어줬다. 그의 어머니가 다리 밑으로 번 돈을.

  

-

나는 곧은 등을 보며 혀를 찼다. 이진기는 낮은 책상에 앉아 다 꺼져가는 스탠드불빛에 의지하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정말 지독하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몇시간 째 허리도 아프지 않는지 독하게 엉덩이 붙이며 앉아있다. 이진기는 마치 공부가 전부인 것처럼 매달렸다. 그래봤자 나를 이길 수도 없을 텐데.

학교에서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건 암묵적인 룰이었다. 학교에서 우리는 완벽한 타인이고 완벽한 남이었다. 실상 우리는 몸을 파는 천한 여자의 몸을 빌어 태어난 천한 생명들이고,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몸을 팔고 나와 나의 아버지는 그녀 몸에 빌 붙어 사는 처지이며 다 쓰러져가는 판자촌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타인의 시선 속에서 이진기는 온화한 온실 속의 화초로 비쳐졌고 나는 돈 많은 집 자식으로 비쳐졌다. 이진기는 천한 자궁에서 태어난 주제에 온실 속의 화초처럼 굴었다. 가령 학교를 갈 때는 늘 교복을 다려 입고 나갔다. 이진기주제에. 사람들은 잘 다려진 교복에 올곧은 눈을 한 이진기를 온실 속 화초라고 생각했다. 나의 주머니에는 항상 돈이 두둑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판 돈을 이진기에게 두둑히 쥐어줬고 이진기는 늘 내가 원하는만큼 내게 돈을 줬다. 주머니 속의 돈은 곧 무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얼마나 멍청한가. 그저 주머니 속에 돈 몇 푼 있다며 잘 사는 집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교복 좀 말끔하게 입고 다닌다고 온실 속의 화초라고 생각한다니. 덕분에 우리는 천한 자궁에서 태어나 천한 곳에서 자라왔다고 손가락질 받지 않았다. 아마 누구도 우리가 다 쓰러져가는 판자촌에서 함께 산다고 상상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책상 위 놓여있는 스탠드 불빛을 끄기 위해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불을 끄지 않으면 잠들 수 없다. 이게 현실인데. 우리 둘이 좁은 한 방을 같이 쓰는 게 현실인데. 스탠드를 끄려다말고 멈칫했다. 이진기의 책상 위에는 책상과 어울리지않는 이질적인 물건이 놓여있었다. 잉크였다. 이진기의 손길을 따라 종이 위에 잉크가 번져갔다. 이진기 손에는 만년필이 들려있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갔다. 이진기의 모든 돈은 내가 다 가져갔기 때문이다. 


"못 보던 물건이다?"

"민호가 준거야."


민호? 왕자 최민호? 몇개월 전에 8반으로 전학 온 놈이 생각났다. 최민호가 전학 온 날 학교 전체가 떠들썩했다. 최민호 하나 보겠다고 8반으로 전교생이 몰려들었다. 왕자님 왕자님거리며 여자애들의 꺅꺅대는 소리로 한동안 8반 앞이 시끄러웠다. 8반으로 구경가자며 떠밀던 친구들 때문에 우연히 보게 된 최민호는 전학 첫 날, 이진기의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이진기만큼이나 정갈한 인상의 남자애였다. 놈이 지금 2학기 반장일터였다. 나는 이진기로부터 만년필을 뺏어들었다.


"그놈이 이걸 왜 너한테 줘?"


이진기가 대답없이 만년필을 되찾기 위해 내게로 손을 뻗어왔다. 말없이 뻗어오는 손에 순간 만년필을 당장 집어던지고 싶은 욕구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몸을 뒤로 살짝 젖혀 손을 피하고 비죽거리며 물었다.


"왜 대답이 없어?"

"…돌려줘."

"훔치기라도 했어?"

"……."

"진짜인가보네."

"민호가 선물로 준 거야"

"그니까 최민호가 왜 이런 선물을 너한테 주는데"

"……너한테 말할 이유 없어."

"너가 손버릇이 나쁜 줄은 몰랐는데"

"……."

"훔친 물건이니까 내가 어떻게하든 상관없겠네?"

"내가 방과후마다 민호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으니까. 민호가 고맙다며 안 쓰는 만년필이라고 선물해 준거야"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다고? 내가 아는 최민호는 공부를 잘한다. 최민호가 전학 온 날 반을 비롯해서 교무실도 온통 최민호 이야기 뿐이었다.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 늘 전교3등안에 들었던 게 최민호인데. 너가 공부를 가르친다고? 가르칠거면 너가 아니라 내가 최민호를 가르쳤어야지. 웃음이 나왔다. 이진기는 계속해서 내게 팔을 뻗어왔다. 나는 만년필을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이진기가 어딘가에 부딪쳐 둔탁한 소리를 내는 만년필을 살필 새도 없이, 나는 곧바로 이진기의 어깨를 잡고 그대로 밀어넘어트렸다. 이진기는 힘없이 밀려 넘어졌고 나는 넘어진 몸에 올라타 이진기가 저항할 새도 없이 그의 양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결박했다. 손바닥 안에 갇힌 손목이 새삼 가늘었다. 체중을 실어 세게 더 누르자 힘이 빠진듯 약하게 바르작거렸다. 이진기의 눈이 내게로 와닿는다.


"너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그래 저 눈. 저 곧은 눈. 저 눈이 너무 싫다. 정직하고 올곧은 이진기의 눈이 너무 싫다. 마주할 때 마다 내 안의 광기가 비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왜 너는 그런 눈을 할까. 

그 눈을 보며 나는 연꽃을 떠올린다. 왜 너는 연꽃인 척 할까. 저 올곧은 눈이 내 몸에 닿아올 때마다 이진기를 찢어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이진기 연꽃인 척 하지마. 더러운 물에서 연꽃이 피는 게 아니라 연꽃을 피울만큼 더러운 물이 아닌 거야. 우리는 쓰레기더미에 있다고. 쓰레기 속에서 꽃은 피지 않아. 넌 왜 그런 눈을 할까. 왜 같은 쓰레기더미를 뒹굴면서도 그런 눈을 할까. 

연꽃인 척 하지마. 짓밟아서 더럽혀주고싶게만들잖아.


"이진기, 최민호한테 다리 벌렸어?"


수치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져간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이다. 나는 이진기의 수많은 얼굴 중에서 이 얼굴을 제일 좋아한다. 올곧은 눈을 한 얼굴이 일그러져갈 때 내가 이진기를 파괴하고 있는 듯한 이상한 정복욕 휩쌓인다. 이진기는 이 말을 제일 수치스러워했다. 그 여자가 받는 손님 중 더러운 취향을 가진 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러운 정욕은 어디든 존재했다. 2차 성장기를 맞이하지 않은 어린 소년의 뒷구멍을 노리는 놈들은 늘 있어왔다. 

나의 어머니가 그랬듯 여자도 돈이 더 소중했고 그깟 돈 몇푼을 위해 아이를 팔 수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그녀 자신처럼 어린 이진기가 그들에게 다리 벌릴 것을 강요했다. 나는 이진기 앞으로 손님이 찾아올 때마다 이진기를 데리고 도망쳤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진기가 이 말을 제일 수치스럽게 여기기 시작한 건. 

그의 어미가 그런 직업을 가져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던 그 흉기가 자신의 뒷구멍에도 파고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도 다리를 벌려야한다는 처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묻잖아, 최민호한테 다리 벌렸냐고."

"너.. 무슨..말을..!"

"최민호와 잤어? 화대값으로 얻어낸 거 아니야?"

"이거..놔..!"

"윗입이 말할 생각이 없어보이니 솔직한 네 몸에다가 대고 물어봐야겠네"


목에 얼굴을 묻었다. 이진기의 살내음이 났다. 이진기가 밑에서 발버둥쳤다. 결박한 손을 힘을 주어 내리누르자 잠잠해진다. 어디를 만지면 너가 무너지는지 알고 있지. 그대로 목젖을 세게 빨아올렸다. 단말마 같은 신음성이 울린다. 입술로 목줄기를 따라가며 자국을 만들어갔다. 내일 최민호가 이 쪼가리들을 본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비릿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최민호가 네 뒷구멍에다가 애원했어?"

"그런 애 아니야"

"최민호에게 다리를 벌려가며 애원했지? 그 만년필을 달라고"

"..아니야..!"


목을 물어버렸다. 울 것 같은 얼굴이 됐다. 목을 씹으며 최민호를 떠올렸다. 그 정갈한 얼굴을 하고 이진기를 더러운 눈으로 핥고 있을지도 모른다. 벌레같은 새끼. 

하반신을 깊게 밀착하여 마찰하였다. 올곧은 눈동자가 흐려져간다. 나는 이 눈동자가 흐려지는 순간을 좋아한다. 그 흐려지는 눈 속에서 떠오르는 절망의 빛을 똑똑히 새긴다. 

그 순간의 얼굴을 예쁘다고 생각한다. 다 삼키지 못한 신음이 이진기의 입 밖으로 비집고 나왔다. 울리는 목울대를 다시 한번 빨아올렸다. 마찰하는 하반신에서 딱딱하게 굳어지는 이진기의 물건이 느껴졌다.


"이렇게 야한 얼굴을 하고 최민호 몸 위에서 창부처럼 천박하게 허리를 흔들었지?"

"아니야..흐윽..아니야 난 그저...."

"아래는 발딱 세우면서 거짓말을 하네. 솔직하지 못하잖아. 응?"


가슴쪽으로 입을 옮기자 마침내 울음이 터졌다. 그 다음부터는 짐승같은 관계였다. 나는 마치 겁간하듯 우왁스럽게 이진기의 다리를 벌렸다. 이진기가 돈이 없을 땐 몸을 섞었다. 말도 안되는 논리로 시작된 관계지만, 이렇게 거칠게 한 적은 없었다. 나는 화가 나있었다. 만년필은 비싸보였고, 나는 그 만년필을 던져버렸다. 최민호는 이진기보다도 공부를 잘한다. 그 정갈한 얼굴이 향하던 시선을 떠올린다. 최민호. 최민호. 욕을 씹듯 낮게 읊조렸다. 최민호가 널 어떤 눈으로 핥는 줄 알아? 견딜 수가 없다.

이진기는 반항을 포기한 듯 순종적으로 다리를 내주었다. 아래에서 정신없이 흔들리며 예쁘게 울었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맞닿아 있는 열락과도 같은 쾌락에 마치 지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쓰레기더미 속 지옥이라니. 비릿한 웃음이 터진다. 이것봐 이진기. 나의 물건이 너의 아래에 파고드는 거. 너의 위치는 여기야. 우리의 위치는 여기라고. 뜨거운 안이 내 것을 조여올 때마다 어쩐지 울고싶어졌다.

이진기의 무너지는 얼굴. 난 이 얼굴을 제일 좋아한다. 사랑스러워 죽은 시체처럼 힘없이 흔들리는 발목에 입을 맞췄다. 최민호는 이 야한 얼굴을 모르겠지. 이진기의 이 야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은 누구도 모른다. 나만이 안다. 이 얼굴은 나만이 만들 수 있다. 만족감에 뱃속이 조여들었다.

어떻게 하면 올곧은 이진기를 망칠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이 얼굴을 매일 볼 수 있을까. 

더 무너트리고 싶다.

더 무너트려 볼까.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내 지갑이라고 노출시키는 것도 괜찮겠다. 이진기는 곧 다른아이들에게 물건처럼 다뤄지겠지. 

내 교복주머니엔 늘 돈이 두둑했다. 그리고 나는 똑똑한 머리와 멀쩡한 얼굴가죽을 가지고 있다. 이 조건들은 나를 먹이사슬 꼭대기의 제왕처럼 군림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시켜서 괴롭혀볼까. 서서히 무너지는 너의 얼굴을 보고 싶다.

아이들의 괴롭힘에 지친 너의 몸과 마음을 내가 갈기갈기 찢는 것도 괜찮겠다. 매일 밤 귓가에 더럽고 수치스럽운 예쁜 말을 속삭여줄게. 그럼 너는 무슨 표정을 하며 내 밑에서 울까. 그렇다면 넌 마침내 망가지게 될까

진기야, 연꽃인 척 하지마. 짓밟고 더럽혀주고 싶어지잖아. 

더러운 물에 더럽혀진 연꽃이라.  

쓰레기 속에선 꽃은 필 수 없어.


-

진기야. 도망치자.

가난이 없는 곳으로 널 데려다줄게.

쓰레기더미 속 연꽃이라니 어울리지않잖아.

 

돈을 모아 널 살 거야.

너의 어머니로부터 널 사낼 거야. 너의 어머니가 다리를 벌려 모은 그 천박한 돈으로 널 살거야. 

너에게 어울리지 않니.

널 이 쓰레기더미로부터 빼내줄게.



종1현에게 징1기는 성역같은 거.

지켜주고 싶은, 그리고 더럽히고 싶은. 

사람들은 오물 속에 피어난 깨끗한 걸 보면 지켜주고 싶다가도 똑같이 밟아서 더럽히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쓰레기 더미 속, 유일한 희망이면서도 동시에 더럽히고 싶은 절망임.

그러나 그 깨끗한 걸 자기가 더럽히고자 하는 욕망같은거. 하지만 진기가 깨끗하기에 이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것.

이율배반적인 모순.


언젠간 완성시켜야지. 부가적인 이야기는 더 생각나지 않아서 뺌 ㅎ/ㅅ/ㅎ

피폐? 위태위태는 무슨 우걱우걱 머겅 머겅


이진기는 현실을 순응하는 타입.

현실을 순응하고 체념하면서도 그 현실에 더럽혀지지않아. 종현 눈에는 그게 고까운거다.

자신은 이미 그 현실에 끝없이 절망하고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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